아이의 이유

말 늦은 아이, 기다리면 따라잡을까요?

오늘의 아티클 세 줄 요약

  1. 말이 늦은 아이의 절반 정도는 또래를 따라잡지만, 나머지는 언어 문제가 이어집니다.
  2. 말을 잘 알아듣고 몸짓이 풍부하면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고, 이해도 늦거나 몸짓이 적으면 평가를 서둘러야 합니다.
  3. 기다리기보다 평가를 먼저 받고, 집에서는 아이가 보는 것에 말을 붙여 주세요.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말

어떤 날은 전쟁 같고, 어떤 날은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싶은 때가 1세에서 4세 육아지요. 폭풍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여러 발달 지표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사실 답은 나와 있습니다. 바로 언어예요. 사람은 언어로 생각하고 관계를 맺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폐스펙트럼을 비롯한 여러 발달 문제에서도 언어는 치료의 가장 앞자리에 놓입니다. 언어가 자라면 다른 어려움이 있더라도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갈 길이 훨씬 넓어지고요. 아이가 말을 얼마나 하는지가 발달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이유입니다.

"좀 더 기다려 보세요"라는 말의 위험성

두 돌이 지났는데 아이가 "엄마", "아빠" 말고는 단어가 잘 늘지 않아요. 주변에 물어보면 대개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남자애들은 원래 늦어요." "우리 조카도 세 돌까지 말 안 하다가 갑자기 문장으로 했대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말이 늦던 아이 중 상당수가 또래를 따라잡습니다. 문제는 '상당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지금 내 아이가 어느 쪽인지는 기다리기만 해서는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꽤 위험한 조언이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두 가지를 정리합니다. 말 늦은 아이가 얼마나 따라잡는지, 그리고 따라잡지 못하는 아이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신호가 무엇인지요.

열 명 중 한두 명은 말이 느리고, 그중 절반은 따라잡는다

보통 아이들은 돌 무렵 첫 단어를 말하고, 그 뒤 6~12개월 사이(18~24개월 무렵)에 50단어 안팎을 익히면서 두 단어를 붙여 말하기 시작합니다. 청력이나 인지 발달에 문제가 없는데 이 시기 표현 어휘가 또래보다 눈에 띄게 적은 아이를 연구에서는 '늦게 말하는 아이(late talker)'라고 부릅니다.

2021년에 나온 문헌 고찰에 따르면 이런 말이 늦는 아이는 전체 영유아의 10~15% 정도이고, 두 돌 무렵 말이 늦던 아이 중 대략 절반이 또래 수준을 따라잡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기준이 달라서, 언어 문제가 끝까지 이어지는 비율을 6~44%로 넓게 보는 연구도 있어요.

"우리 애도 원래 좀 느렸는데 지금은 말 잘해"라는 이야기가 흔한 건 이 때문입니다. 그 말만 듣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괜찮았던 아이가 실제로 있는 거예요. 최소 절반 이상은요.

그런데 이 숫자는 '절반이나 따라잡는다'로도, '절반은 못 따라잡는다'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미국 소아과 학술지에 실린 2018년 리뷰가 바로 이 지점을 짚어요. 대부분 따라잡는다는 통념 때문에 소아과 의사 같은 전문가조차 '일단 기다려 보자'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이 언어 문제가 이어지는 아이들을 놓친다는 겁니다.

논문 제목부터가 이 이야기예요. 「Late Talkers: Why the Wait-and-See Approach Is Outdated」, 우리말로 옮기면 '늦게 말하는 아이: 기다리며 지켜보기는 왜 낡은 방식인가'입니다.

따라잡지 못한 쪽의 결과는 가볍지 않습니다. 미국 아동 9,60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두 돌에 말이 늦었던 아이는 네 돌에도 어휘가 적을 위험이 높았고 다섯 돌의 학교 준비도도 낮았어요. 말이 늦는 것은 말 자체로 끝나지 않고, 친구 관계 같은 사회성과 학교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 시기는 아이의 성격이 자리 잡는 중요한 때이기도 하고요.

따라잡는 아이와 아닌 아이를 가르는 신호

같은 '말 늦은 아이'라도 결과가 갈리는 데에는 단서가 있습니다. 미국언어청각협회(ASHA)가 정리한 근거를 보면, 말수보다 말 주변의 능력이 더 많은 걸 알려줘요.

살펴볼 것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은 쪽평가를 서둘러야 하는 쪽
알아듣기"신발 가져와" 같은 말을 이해하고, 이름을 대면 물건을 가리킨다말뿐 아니라 이해도 또래보다 늦다
몸짓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손 흔들고, 안아 달라고 팔을 뻗는다몸짓이 적고 원하는 걸 표현하지 않는다
가족력해당 없음부모나 형제가 말이 늦었거나 언어·읽기 문제가 있었다
귀해당 없음중이염을 자주 앓았다

가장 중요한 건 첫 줄입니다. 표현만 늦은 아이보다 이해까지 늦은 아이가 언어 문제를 계속 겪을 위험이 높아요. 반대로 말은 적어도 몸짓을 많이 쓰는 아이는 그 몸짓으로 부족한 말을 메우고 있는 셈이라, 나중에 따라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족력도 무시할 수 없어요. 말이 늦었던 가족이 있는 아이는 늦게 말하는 비율이 23%로, 가족력이 없는 아이(12%)의 약 두 배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청력 확인이 먼저예요. '늦게 말하는 아이'라는 말 자체가 청력 문제가 없다는 전제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잘 따라잡는 아이의 특징'을 정리하면서도 말이 느린 편이라면 일단 검사를 받아 보는 쪽이 유익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은 전문가가 아니고 비교할 대상도 많지 않아, 정확히 판단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평가 대기가 길지 않고, 비용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에요. 절반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건, 의학적으로 보면 결코 작은 확률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면 되나요

'기다리기'와 '바로 치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연구자들은 그 사이에 '지켜보며 기다리기'를 둡니다. 차이는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확인할 날짜와 기준을 정해두고 그동안 집에서 할 일을 한다는 거예요.

평가를 미루지 않는 게 좋은 경우

  • 두 돌이 넘었는데 이해도 늦거나, 몸짓이 적다
  • 위의 표에서 2개 이상에 해당한다
  • 이름을 불러도 잘 돌아보지 않거나, 눈맞춤이 적다는 말을 어린이집에서 들었다

마지막 경우는 언어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서, 말이 늘기를 기다리기보다 발달 전반을 함께 보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지켜보며 기다려도 되는 경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평가를 먼저 권합니다. 다만 사정상 바로 어렵다면, 말은 적지만 잘 알아듣고, 몸짓이 풍부하고, 가족력이 없는 경우에 한해 3개월 뒤를 확인 날짜로 잡으세요. 그때 새로 쓰는 단어가 거의 늘지 않았다면 미루지 말고 평가를 받습니다.

그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2018년 리뷰가 강조한 것도 부모가 직접 하는 개입이에요. 특별한 교구보다 매일의 대화 방식이 핵심입니다.

  1. 아이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해 말해 주세요. 부모가 정한 주제보다 아이가 이미 관심을 둔 것에 붙인 말이 더 잘 들어갑니다.
  2. 아이 말에 한 단어만 보태 주세요. 아이가 "차"라고 하면 "빨간 차", "차 간다"처럼요.
  3. "이건 뭐야?" 같은 시험 질문은 줄이세요. 대답을 못 하는 경험이 쌓이면 말을 시도하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꼭 물어보고 싶다면 "사과 줄까, 바나나 줄까?"처럼 골라서 답할 수 있게 물어 주세요.
  4. 몸짓에도 말로 답해 주세요. 아이가 컵을 가리키면 "물 줄까? 물!"처럼 그 몸짓을 단어로 바꿔 돌려주는 거예요.

오늘 아티클이 좋았다면

이번 호에 읽은 논문

  1. Capone Singleton N. Late Talkers: Why the Wait-and-See Approach Is Outdated. Pediatric Clinics of North America, 2018. PMID 29173713
  2. Nouraey P, Ayatollahi MA, Moghadas M. Late Language Emergence: A literature review. Sultan Qaboos University Medical Journal, 2021. PMID 34221464
  3. Hammer CS, Morgan PL, Farkas G 외. Late Talkers: A Population-Based Study of Risk Factors and School Readiness Consequences. Journal of Speech, Language, and Hearing Research, 2017. PMID 28257586
  4. 미국언어청각협회(ASHA). Late Language Emergence, Practice Portal.
  5. Shin SY, Rowe ML, Lee HS. Early gesture use predicts children's language development in South Korea: New evidence supporting the cross-cultural importance of pointing. Infancy, 2024.

오늘의 육아팁 한 마디

14개월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자주 가리킨 아이일수록 36개월이 됐을 때 알아듣고 말하는 단어가 더 많았습니다(Shin 외, 『Infancy』, 2024). 아이가 무언가를 가리키면 함께 바라보고 "아, 강아지!"처럼 말로 받아주세요. 18개월이 지나도 손가락 가리키기가 거의 없다면 영유아 검진 때 꼭 말씀해 주세요.

다음 호에 해설할 질문을 받아요

아이를 키우며 궁금했던 점을 보내주세요. 또는 오늘 아티클에서 이해가 안 가시는 부분을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많이 들어온 질문부터 연구를 찾아 읽고 답합니다.